
연희동 108-17번지에 위치한 본 프로젝트는 56세 소설가 할머니, 32세 시계 제작자 아버지, 그리고 2세 아이라는 세대별 요구가 뚜렷한 3대 가족의 삶을 담아냅니다. 설계의 주된 목적은 조모와 부친의 전문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영유아인 아이를 유연하게 돌볼 수 있는 주거와 업무의 조화, 그리고 아이의 성장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적 필요를 수용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정된 공간 속에 정교한 부품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손목시계의 기계적 메커니즘을 건축적 디자인 컨셉으로 설정했습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회전하며 관계를 맺듯, 포켓도어가 내장된 회전 가벽 시스템을 도입하여 공간의 가변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노란색(공간 분리 전용)과 붉은색(복도 연결용)으로 구분된 포켓도어는 기능적 직관성을 제공하며, 회전벽은 일반적인 고정 벽과 미닫이문의 중간적 특성을 지녀 가족 간의 적절한 심리적 결속감과 업무적 분리감을 동시에 충족합니다.
대지의 1m 레벨 차를 활용해 도로와 인접한 가장 바깥쪽에는 오피스와 쇼룸을 배치하고, 가장 조용하고 깊숙한 안쪽에는 할머니의 서재를, 그 사이 중앙부에 주거 공간을 두어 점진적인 프라이버시를 확보했습니다. 1층은 할머니의 서재와 시계 작업실, 쇼룸 및 공용 거실이 위치하며, 거실과 연결된 천창 복도는 외부적 질감의 바닥재를 사용해 집에서 일터로 이동할 때 심리적인 공간 전이가 일어나도록 의도했습니다. 2층은 아이의 생애 주기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평면이 돋보입니다. 아이 방은 양옆의 조모 및 부친의 방과 회전 가벽으로 맞닿아 있어 유아기에는 벽을 열어 긴밀한 케어를 돕고, 아이가 성장한 후에는 벽을 닫아 완전한 독립 공간을 형성합니다. 업무 구역인 2층 오피스 또한 가벽의 개폐 여부에 따라 북라운지부터 최대 5개의 독립된 교육 및 회의실로 유연하게 변주됩니다. 아울러 오피스 전용 외부 계단을 별도로 설치하여 쇼룸 방문객과의 동선을 명확히 분리함으로써 주거의 안락함과 일터의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이 주택은 정교하게 설계된 시계 장치처럼 구성원의 삶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간의 흐름을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틀이 될 것입니다.